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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 작가 신간소설 먼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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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 작가 신간소설 먼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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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 작가의 장편소설 먼 바다가 출간되었다.

친구와 책에 대해서 얘기하다
내가 공지영 작가를 사랑한다고 말했더니 공지영 작가가 직접 싸인한 책 한권을 내게 선물해주었다.

 

믿고 보는 문학인을 손꼽으라면열손가락 안에 항상 들어있는 소설가가 공지영 작가였다.

외경스럽게 들리겠지만 단 한 번도 마주친적이 없는 공지영 작가와 나는 책을 통해서 연애를 하는 듯 살아왔다.

 

지리산 행복학교를 읽고 그에 흔적을 찾아 지리산 일원을 여행했으며딸에게 들려주는 레시피를 읽고음식에서 사유와 철학을 배웠다.

 

힘들고 외로울 때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책을 읽고 용기를 얻었다.

 

늘 대화하듯 공작가의 책을 읽지만우리사회에 따가운 질책에 박수치다가도 어떤 때는 나와 다른 소리를 낼 때는 연인들 처럼 잠시 삐쳐서 공작가의 책을 손에서 놓기도 했다.

그는 나를 전혀 알지 못하지만 나는 그와 책을 통해 연애를 하고 있을 만큼 그에 글에 빠져 있었다.

 

가닿지 못한 모든 사람에게 바치는 헌사.

'먼 바다'

책을 만나보지 못한 사람에게
독후감이 스포일러(spoiler)가 될 수 있겠다 싶은 우려도 있지만
맛보기 정도이니 작가님도 이해해주실 거라 생각하고 후기를 남겨본다.

먼 바다는 이루지 못하고 가슴 속에 숨겨두었던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정설처럼 굳어져 있어 진부한 얘기처럼 들리지만 첫사랑의 아픔을 겪어본 사람들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그 이야기에 공지영 작가만의 날카롭고 예리하면서 때로는 뭉툭하게 던지는 화법이 실려있어 읽는 재미를 더하는 책이다.

 

첫사랑과 먼 바다는 어떤 관계일까?

 

어릴 때 물에 빠진 기억 때문에
먼 바다를 갈 수 없는 사람들처럼
사랑의 아픔을 간직한 사람들은
또 다시 사랑하는 것을 저어한다.

그러나 그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또 다시 바다에 뛰어드는 것 뿐이다.
그런 첫사랑의 아픔을 겪은 주인공이
40년 만에 첫사랑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이집트를 탈출한 유대인이 광야에서 헤매이던 시간이었고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불가역적인 시간을 살아온 사람들의 거침없는 이야기라고 말하는 걸 보면 역시 공지영 작가답다.

첫사랑 하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시가 있다.


바로 릴케의 '첫사랑'이다.
작가의 감성과 나의 감성이 일치하는 부분을 인용해놨다.

내 눈을 감기세요 나는 당신을 볼 수 있습니다.
내 귀를 막으세요 나는 당신의 음성을 들을 수 있습니다.
발이 없어도 당신에게 갈 수 있고...


(중략)
당신이 나의 뇌에 불을 지르면
그때에 피가 되어 당신을 실어 나르겠습니다.

릴케의 시 한편으로 아련한 것들을 또렷하게 그려내게 만든다.

나는 이쯤에서 책 속의 주인공이 되어 머릿속에 상상의 무대를 만들 시작했다.

어디 첫사랑이 달콤함만 있었던가.
미치도록 그리워서 애타고
사랑했기에 오히려 별일 아닌 것으로
상처받고 속상하다가 헤어지고 후회하는 이수일과 심순애의 심파극같은 이야기들이지만
그런 자잘한 그렇지만 치명적인 아픔을 자연사 박물관에서 바라본
나비의 표본에서 들춰내고 위로를 준다.

"봄에 잡힌 나비의 날개는 깨끗하지만
1년을 바람 속을 날아다니다 가을에 잡힌 나비의 날개 끝은 저렇게 헤지는 거지" 애쓰며 살아온 우리의 모습을 나비에 투영시키는 공지영 작가는 역시 프로다.

"어둠만이 우주를 보게 한다"
짧은 한마디지만 이 한마디에 공지영 작가의 색깔이 덧 씌워져 있다.

그녀가 좋아했던 선배의 얼굴을
동성 결혼 합법화 시위대 속에서 보게 되었을 때 끈적이는 콜타르 같았던 선배의 몸짓이 오래도록
멍 자국으로 남아 있었던 모든 것이 설명되었다는 말로 우리 사회의 갈등을 말하기도 한다.

도가니를 통해 장애인 학교에서 벌어진 폭력에 대해 고발하고 사회문제로 이슈화 하여
무심했던 우리들에게 환기를 시켜주었던 것처럼 단 몇 줄의 글로 작가의 성격을 드러내고 말았다.

피천득 시인은 인연이라는 시에서
그리워 하는데도 단 한 번 만나고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고 했다.

작가는 이런 인연을 시적 표현보다
쿠바까지 100마일이라는 레스토랑을 배경으로 꺼내놓았다.

가까이 있지만 닿을 수 없는
보이지만 만날 수 없는 100마일의 거리, 그 안타깝고 절절함 그렇지만
40년의 세월을 견뎌온 그녀답게
관조적인 자세로 조금은 무덤덤하게 레스토랑에 않아서 사랑을 말 할 수 있음을 표현하는 우리가 넘지 못하는 내공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어디 그뿐이랴!.

테러가 있었던 911 메모리얼 파크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살려냈던 그라운드 제로의 생존의 계단에서
대피하는 사람들을 거슬러 올라갔던 소방관들을 죽음을 통해 희생없이는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쟁취할 수 없음을 말하는 듯 하지만
우리사회에서 의로운 일들을 하기위해 거꾸로 거술러 올라가다 죽은 이들 그들의 고귀한 희생을 생각하게 하는 복선도 깔린 듯 해,
코로나 19로 대구에 자원한 1.200명의 의료진들이 생각나
눈가가 촉촉해지기도 했다.

긴 여정을 마치고 먼 바다에서 돌아왔을 때 모닥불과 에릭 사티의 <짐노페디 1번>의 피아노 선율이 흐르는 것으로
작가는 가닿지 못한 모든 사랑들에 대해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것으로
마무리 하고 있다.

아주 낭만적이게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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