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저녁은 두 번 오지 않는다
이면우
무언가 용서를 청해야 할 저녁이 있다
맑은 물 한 대야 그 발밑에 놓아
무릎 꿇고 누군가의 발을 씻겨 줘야 할 저녁이 있다
흰 발과 떨리는 손의 물살 울림에 실어
나지막이,
무언가 고백해야 할 어떤 저녁이 있다
그러나 그 저녁이 다 가도록
나는 첫 한마디를 시작하지 못했다 누군가의
발을 차고 맑은 물로 씻어주지 못했다
사람이 살면서 누군가에게 용서를 청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다. 아마 몇 푼 안 된 자존심 같은 것이 한 켠에 끼어서 일 것이다. 사람살이가 그래서 복잡하고 오묘하다. 누군가가 용서를 구하면 그냥 용서하면 그만인 것을, 하지만 마음속으로부터 용서가 되지 않는 것들도 있기 때문에 힘이 든다. 사람의 관계가 국어의 문법처럼 확연하게 구분 지어져 있다면 참 편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김인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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